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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병편 雜病篇
잡병편에서는 각종 질병의 발생 원인이나 증상, 특수한 상황에서 생기는 질병과 특정 연령층에서 생기는 질병 등을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질병의 발생에 관계된 외부적 요인인 운기를 설명하고 병의 진단에서 중요한 변증과 진맥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음의 밖에서 들어온 사기와 안에서 발생한 속병 등에 대해 논의한 후에 곽란, 구토, 부종, 창만 등 각종 질병들, 응급요법, 여러 가지 긴요한 처방 등을 다룬다.잡병편(雜病篇) 권9
1. 제상(諸傷)
『동의보감』‘제상(諸傷)’ 문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온갖 상처를 다룬다. 쇠붙이에 상한 경우, 넘어지거나 맞거나 떨어진 경우, 뼈가 부러지고 힘줄이 끊어진 경우, 귀 · 코 ·혀 등이 떨어진 경우, 매를 맞은 경우, 사람이나 짐승에게 물린 경우, 미친 개에게 물린 경우, 여러 벌레에게 상한 경우 등이 이에 포함된다. 각각의 경우에 대해 외과 수술을 포함한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때로는 어느 정도 주술적인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1-1. 금인상(金刃傷)
쇠붙이에 상하여 피를 많이 흘리면 견디지 못할 정도로 갈증이 난다. 그러나 참고 늘 마른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갈증을 멎게 해야 한다. 그리고 죽을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죽을 많이 먹으면 피가 넘쳐 나오면서 죽을 수 있다. 그리고 성내는 것, 큰 소리로 말하거나 웃는 것 등을 금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 힘든 일을 하는 것, 짠 것, 신 것, 뜨거운 술, 뜨거운 국은 상한 곳을 더 아프게 한다.
1-2. 금창선의조혈(金瘡先宜調血)
쇠붙이에 상하였거나 뼈가 부러졌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속까지 상했을 때는 반드시 어혈(瘀血)이 몰려 있으므로 먼저 어혈을 몰아내는 것이 좋다. 만일 피를 너무 많이 흘렸을 때는 기혈(氣血)을 보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
2. 해독(解毒)
‘해독(解毒)’ 문(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중독을 푸는 방법을 다룬다. 이에는 버섯 중독,
수은 중독, 여러 육류나 어류 중독, 고독(蠱毒) 중독, 비상 중독, 복어 중독 등이 포함된다.
2-1. 버섯중독(菌蕈毒)
산 속에는 독버섯이 있는데 이것을 삶아서 먹으면 죽는다. 땅에 돋는 것은 균(菌)이라고 하고 나무에 돋는 것은 누(檽)라고 하는데 이것을 강동(江東)사람들은 심(蕈)이라고도 한다.
밤중에 빛이 나는 것, 삶아도 익지 않는 것, 삶은 물에 사람을 비쳐보아서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 썩게 되어서도 벌레가 생기지 않는 것 등은 다 독이 있는 버섯이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한다.
버섯에 중독되었을 때에는 지장수(地漿水)를 마신다. 타래붓꽃(마인)의 뿌리와 잎을 짓찧어 즙을 내서 마신다. 또는 6가지 집짐승이나 거위나 오리에서 더운 피를 받아 마신다. 또는 기름에 감초를 달여 식혀 마신다. 참기름을 많이 마시는 것도 좋다
2-2. 수은중독(水銀毒)
살찐 돼지고기를 삶아 식혀서 먹는다. 또는 돼지기름(저지)를 먹는다.
2-3. 제수육독(諸獸肉毒)
여러가지 고기를 먹고 중독되어 피를 토하고 뒤로 피가 나오는 데는 고수씨(호유자)를 쓰는데 1되를
달여서 그 물을 식혀 한번에 반 되씩 하루 2번 마신다. 또는 호파 1되를 달여 그 물을 식혀서 반 되를
마신다.
2-4. 제어독급해독(諸魚毒及蟹毒)
물고기를 먹고 중독되었을 때는 동과즙(冬瓜汁)이 제일 좋다. 또는 귤피를 진하게 달여 마시기도 한다.
게를 먹고 중독되었을 때는 생연뿌리즙이나 동과즙(冬瓜汁)과 마늘(대산)을 달인 물을 마시면 좋다.
또는 자소엽을 달여서 먹거나 씨로 즙을 짜서 마셔도 좋다.
3. 구급(救急)
‘구급(救急)’ 문(門)에서는 갑자기 죽게 되는 상황을 다룬다. 이에는 화타가 말한 10가지 위험한 증상을 비롯하여, 물에 빠지거나 얼어 죽게 된 경우, 자해 또는 자살 기도 등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이 포함된다.
3-1. 중악(中惡)
대체로 중악(中惡), 객오(客忤), 귀기(鬼氣) 등의 증상은 밤에 변소에 가거나 산보하거나 찬 빈방에 있거나 사람이 처음 가는 곳에 갔을 때 갑자기 헛것이 보이거나 입과 코로 좋지 못한 귀기가 들어가면 생기는데, 갑자기 기절하여 넘어진다. 이렇게 되면 팔다리가 싸늘해지고 양손을 부르쥐며 입과 코로는 맑은 피가 나오는데 생명이 위급해져서 잠깐 사이에 살릴 수 없게 된다. 이 증상은 시궐(尸厥)과 같으나 배에서 소리는 나지 않는다.
3-2. 시궐(尸厥)
시궐(尸厥)이라는 것은 맥은 뛰나 숨소리가 없는 것 같은 것인데, 이것은 숨이 막혀 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용하여 죽은 것 같다.
갑자기 정신을 잃어서 죽은 것 같으나 숨은 끊어지지 않고 맥도 여전히 뛰지만 규칙적으로 뛰지 못하고 세게 뛰기도 하고 약하게 뛰기도 하며, 혹 맥이 미세(微細)하면서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명치부위가 따뜻한 것이 이 병의 증상이다.
시궐은 중악과 같은 부류에 속하는데 조문이나 병문안을 갔거나 무덤 속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받은 나쁜 사기(邪氣)와 장(臟)의 기운이 함께 거슬러 올라와 갑자기 손발이 싸늘해지고 머리와 얼굴이 검푸르게 되며, 이를 악물고 머리가 어지러워 넘어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며 헛소리를 한다. 이럴 때는 소합향환 3알을 데운 술이나 생강을 달인 물에 타서 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