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의성 허준>동의보감>내경편
잡병편 雜病篇
잡병편에서는 각종 질병의 발생 원인이나 증상, 특수한 상황에서 생기는 질병과 특정 연령층에서 생기는 질병 등을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질병의 발생에 관계된 외부적 요인인 운기를 설명하고 병의 진단에서 중요한 변증과 진맥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음의 밖에서 들어온 사기와 안에서 발생한 속병 등에 대해 논의한 후에 곽란, 구토, 부종, 창만 등 각종 질병들, 응급요법, 여러 가지 긴요한 처방 등을 다룬다.잡병편(雜病篇) 권4
1. 내상(內傷)
‘내상(內傷)’ 문(門)에서는 음식 또는 과로로 속이 상한 증상을 다룬다. 내상병이 생기는 기전, 내상병의 증상, 내상병의 전변, 내상병의 치료법 등이 이에 포함된다.
1-1. 식상증(食傷證)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위장[腸胃]가 상한다. 차고 더운 음식물에 감촉되면 육부를 상한다.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근맥(筋脈)이 이완(弛緩)되고 장벽(腸澼)과 치질이 된다.
식상(食傷)은 대부분 음식 때문인데, 음식이 소화되어 내려가지 않고 명치끝에 머물러 있어서 배가 나오고 답답하며 음식을 싫어하거나 먹지 못하고 신트림을 하며, 냄새나는 방귀가 나온다. 혹 배가 아프고 토하며 설사한다. 심하면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며, 왼쪽 관맥(關脈)은 고르나 오른쪽 관맥은 긴성(緊盛)하다. 이것은 음식에 상한 것이다.
1-2. 주상(酒傷)
술이 위(胃)에 들어가면 낙맥(絡脈)은 그득해지고 경맥(經脈)은 허(虛)하게 된다. 비(脾)는 위(胃)를 주관하고 진액(津液)을 돌게 한다. 음기가 허하면 양기가 그 자리에 들어가고, 양기가 들어가면 위(胃)가 고르지 못하게 된다. 위가 고르지 못하게 되면 정기(精氣)가 고갈되고, 정기가 고갈되면 팔다리를 영양하지 못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술은 5곡(五穀)의 진액이고 쌀누룩의 정화(精華)인데, 비록 사람을 이롭게 하지만 상(傷)하게도 한다. 왜냐하면 술은 몹시 열하고 몹시 독하기 때문이다. 몹시 추운 때 바닷물은 얼어도 오직 술만을 얼지 않는 것은 열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정신이 쉽게 흐려지는 것은 그것이 독하기 때문이다. 찬바람과 추위를 물리치고 혈맥(血脈)을 잘 돌게 하며 사기를 없애고 약 기운을 이끄는 데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다. 만일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그 독기(毒氣)가 심(心)을 침범하고 창자가 뚫리며 갈비뼈를 상하고 정신이 착란되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1-3. 노권상(勞倦傷)
음(陰)이 허(虛)하면 속에서 열이 생기는 이유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하면 몸의 원기(元氣)가 줄어들고 음식물의 기(氣)가 부족해져서 상초(上焦)가 잘 작용하지 못하며, 하완(下脘)이 잘 통하지 못하므로 위기(胃氣)가 더워지면서 그 열기가 가슴을 훈증하기 때문에 속에서 열이 나다.
노권상(勞倦傷)도 내상(內傷)의 원인이 된다. 노권상은 음허(陰虛)한 것인데, 음허는 몸 가운데 있는 음기와 음식물의 기미[味]가 부족한 것을 말한 것이다.
1-4. 변내외상증(辨內外傷證)
외감(外感)과 내상(內傷)을 감별하는 것은 모든 병의 관건이다. 이것을 잘 모르면 의사로서의 자격이 없다.
혹 외감병에 내상을 겸(兼)했거나 내상에 외감병을 겸했거나 식적(食積)이 상한(傷寒)과 비슷한 것들을 잘 감별하여 치료해야 한다.
만일 내상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면 이것은 내상이 중요한 것이고 외감이 가벼운 것이니, 반드시 원기를 보하는 약을 쓰며, 외감증상이 더 많으면 이것은 외감이 중요하고 내상이 가벼운 것이니, 빨리 발산을 시켜야 한다.
1-5. 식후혼곤(食後昏困)
음식을 먹으면 노곤하며 정신이 흐릿하여 자려고만 하는 증상은 비(脾)가 허약한 것이다.
만일 비위(脾胃)를 잘 조리하지 못하면 위기(胃氣)를 상하여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이때는 음식의 기운이 간(肝)에 가서 흩어지고, 또 심(心)에도 가며 폐(肺)에도 넘쳐나므로 음식 먹은 뒤에 정신이 흐려지면서 졸린다. 좀 누우면 음식물이 한쪽으로 쏠리어 기가 잠깐 회복되기도 한다. 이것은 상승하여 퍼지는 기가 잘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1-6. 희기(噫氣)
트림[噫氣]을 민간애서 애기(噯氣)라고 한다.
트림은 찬 기운이 위에 침범하면 궐역(厥逆)이 되는데, 이것이 아래에서부터 위[上]로 올라와 흩어지면서 다시 위(胃)에서 나오기 때문에 생긴다. 그러므로 족태음경맥과 족양명경맥을 보(補)해야 한다.
상초(上焦)의 기운이 줄어들면 트림을 하는 이유는 상초가 중초(中焦)의 고르지 못한 기운을 받아서 그것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상한(傷寒)에 트림을 하는 이유는 가슴에서 여러 기운이 서로 교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음경맥이 가슴에 와서 궐음경맥과 서로 교류되어 수기[水]와 화기[火]가 서로 전하면서 t호리가 나기 때문에 트림을 하게 된다.
1-7. 불복수토병여내상동(不伏水土病與內傷同)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므로 어느 곳에 가나 그곳의 기후에 적응해야 한다. 만일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면 대부분 물과 땅이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음식이 위장[腸胃]에 들어가면 위장이 그 음식에 익숙하지 않아 반드시 병이 난다. 그러므로 물과 땅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1-8. 식적류상한(食積類傷寒)
대체로 음식에 체하면 적(積)이 되면 또한 열(熱)이 나고 머리가 아픈 것이 상한(傷寒)과 비슷하다.